#05. ⚾️야구를 시킬까 고민이신 학부모님들에게 하고픈 이야기(3) / 내 아이가 프로를 갈 거란 기대는 애시당초 버리시는 게 맘 편합니다.
안녕하세요. MarkJacob입니다. 오랜만에 야구에 관련된 글을 쓰게 되네요. 제가 최근에 우연하게 쓰레드(thread)라는 SNS에 가끔 들어가서 많은 분들의 일상을 보고 있는데 어떻게 알고리즘이 작동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저처럼 아이들을 엘리트 야구 시키는 학부모님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특히 리틀야구나 엘리트 초등야구 시키는 분들이 많이 보이시더라고요. 의욕에 차셔서 일희일비하시고 아이들 안타하나 호수비 하나에 울고 웃고 하시는 모습이 오래전에 제가 했던 모습하고 똑같아서 저도 모르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했습니다.
오늘은 프로진출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에 끝난 2025년 신인트래프트에서 덕수고 정현우 선수를 시작으로 총 110명의 선수가 프로의 지명을 받았죠. 저도 그 장면을 티브이로 보면서 나중에 내 아들이 저들 중에 한 명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통상 야구를 시작하는 초3~4년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선수로 뛰는 아이는 물론 학부모도 우리 아이가 프로를 갈 거라는 기대를 맘 속에서 쉽게 놓지 못합니다. 저도 그랬고, 지금도 그 맘을 비우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실 저 스스로는 많이 초연해진 상황이긴 합니다.
제가 질문 하나를 던져보고 싶습니다. 내 아들이 무사히 고3을 마치고 만약 1. 프로 9~10라운드에 지명을 받았거나, 2. 인서울 유명 야구부 대학 좋은 과에 지명을 받았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저도 같이 야구를 시키는 학부모들과 술 한잔하면서 농담 삼아 이야기를 합니다만 재미있는 건 학년이 올라가고 고등학교에 진학할수록 1번을 이야기하는 학부모의 비율을 갈수록 줄어드는 건 확실합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더 구체화시켜서 질문을 던져볼까요? 만약 여러분의 자녀가 프로에 육성/신고선수로 들어가는 것과 연고대 야구부 체육교육과에 가는 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하실 수 있을까요? 이렇게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도 아직 자신의 아들이 제법 실력이 되거나, 아직은 리틀야구나 중학교 야구를 하고 계시면 프로를 가겠다는 답을 내리시는 부모님들이 많으실 겁니다.
글쎄요. 이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좋은 대학 진학이 어설픈 프로 진출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반기를 드실 분들이 많다는 것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제 생각이라는 전제를 달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저도 아직 자식이 결론이 안 난 상황이지만 적어도 제 스스로는 그렇게 결론을 내린 상황입니다.
매년 프로구단에서는 110명씩 새로운 선수들을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탑 랭커(1~3 지명)로 지명되어서 프로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하물며 하위랭커로 지명되거나 육성선수로 들어가서 프로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또 몇 프로나 될까요? 제가 동료 학부모들과 술 한잔 기울이면서 자조 섞인 이야기로 하는 말이지만, 프로에서 살아남을 그 적은 확률을 노릴 바에는 차라리 공부해서 서울대 가는 게 더 확률이 높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니고요. 그만큼 프로에 간다는 것도 어렵지만, 살아남는 건 더 어렵습니다.
프로에 하위랭커나 육성선수로 간 유망주들이 제가 알기론 단 몇 년을 못 버티고, 대부분 방출이 됩니다. 설마 하위랭커나 육성선수 신화인 양의지 선수나 김현수 선수 같은 케이스를 보시고 내 아들도 육성선수로 들어가면 저렇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는 없으시겠죠. 한때는 학교에서 난다 긴다 했지만 많은 유망주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방출자 명단에 포함되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럼 이런 한때는 유망주들이 어떤 경로를 가게 될까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1.야구부 코치나 레슨코치, 2.대학진학 후 공부, 3.야구포기 후 다른 인생 살기 정도입니다. 그나마 야구부코치나 레슨코치를 하는 것은 잘 풀린 케이스일 수 있습니다만, 그 또한 자리가 별로 없어서 녹록지 않습니다.
그럼 저는 왜 좋은 대학이 더 장점이 많다고 말하는 걸까요. 왜냐하면 좋은 대학 진학을 통해 적어도 삶의 먹거리를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좋은 대학의 체육교육과에 진학해서 체육 정교사 2급 자격증만 취득해서 어렵긴 하겠지만 사립학교 체육선생님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자격증이 나오는 학교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체육교육과에 가서 생활체육지도자나 트레이너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거기에 더해서 공부(스포츠 역학 또는 스포츠 마케팅 등)라도 더하게 되면, 설사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공부를 통해서 나중에 준비한 아이가 4년 뒤에 사회에 나왔을 경우와 프로에 진학해서 4년 뒤에 방출된 아이를 단순 비교하면 그 이후에 누가 좀 더 인생을 잘 살 가능성이 높을까요. 이 또한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저는 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진학이 프로의 꿈을 포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확률은 희박하지만, 대학 때 야구에 눈을 뜰 수도 있는 법이지요. 이럴 경우 얼리드래프트나 또는 대학졸업 후 드래프트에 지원해 보면 됩니다. 물론 확률은 떨어집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최강야구를 보면 나오는 임상우 선수나 유태웅 선수 같은 경우가 대학진학 후 잘 풀리는 케이스입니다. 임상후 선수는 아직 3학년이지만 프로지명이 확실해 보이니까요.
저라고 자식을 프로보내고 싶지 않겠습니까. 저도 처음에 야구시킬 때는 제 아들이 야구 정말 잘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제 아들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많다는 것을 야구를 시켜보니 알겠더라고요. 제 아들이 어린 꼬마일 때는 아이의 꿈을 깨고 싶지 않아서 항상 네가 세상에서 최고다라고 북돋워주었지만,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기에 요즘은 좀 진지하게 현실에 대한 이야기와 프로 가는 게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제 아들도 제 말을 잘 알아듣고 따라주고 있고요. 그래서 지금은 두 개의 꿈(프로와 좋은 대학진학)을 쫓고 있습니다만, 설사 프로에 못 가더라도 아쉬움은 없을 듯합니다. 이미 마음수련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ㅎㅎ
논란이 있는 내용이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앞에서 이야기한 마음수련은 야구를 시키는 학부모라면 꼭 하셔야 하는 과정입니다. 저처럼 대학진학을 염두에 두지 않으시고, 오로지 프로만 바라보시다가 나중에 그게 실패했을 때 받아들이셔야 하는 좌절감과 허무함을 느끼기 싫으시다면 꼭 마음수련하시길 바랍니다. 민감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마 프로에서 방출 후 공부가 아닌 야구로 대학 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노파심에 적어봅니다.)
아래 링크는 건국대에 야구선수로 진학해서 임용고시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사는 염승현 씨의 성공일기입니다. 제가 어쩌면 제 아들에게 바라는 현실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https://naver.me/FGFiLDw2